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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허슬(2019):사기에도 품격이 필요하다.

by 연이아빠의 LAB 2025. 5. 17.

더허슬(2019):사기에도 품격이 필요하다.

 

진짜 고수는 속이기 전에, 먼저 웃게 만든다.

 

1. 출연진 및 등장인물

 

  • 앤 해서웨이 (조셉린 체스터필드): 우아하고 품격 있는 영국식 사기꾼. 상류층 남성들을 상대로 고급스럽고 계산된 사기극을 펼친다.
  • 레벨 윌슨 (페니 러스틱): 미국 출신의 유쾌하고 엉뚱한 사기꾼. 솔직함과 엉뚱한 매력으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거리 감각의 귀재.
  • 알렉스 샤프 (토머스): 두 사기꾼의 타깃이 되는 남성. 순진한 듯 보이지만, 사건의 핵심을 바꾸는 반전을 가진 인물.

 

2. 줄거리

 

햇살 쏟아지는 프랑스 리비에라. 상류층 부자들이 모이는 이곳에서 조셉린은 우아하고 완벽한 영국 귀부인처럼 행동하며 남성들을 농락한다. 그녀의 방식은 세련되고 냉정하다. 단 한 치의 틈도 없이, 사기 대상의 약점을 파악하고 고급 미망인으로 접근해 재산을 ‘기부’하게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 출신의 자유분방한 사기꾼 페니가 등장한다. 그녀는 어딘가 어설프고 유쾌한 스타일로,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날리며 빠르게 돈을 뜯는다. 지하철에서 슬픔에 빠진 약혼녀로, 카지노에선 억울한 당첨자로 변신하는 그녀는 철저히 감정과 유머를 무기로 삼는다.

두 사람은 기차 안에서 처음 마주친다. 조셉린은 곧바로 페니가 사기꾼이라는 걸 간파하고, 그녀의 활동 반경에서 빠져나오게 하려 한다. 하지만 페니는 리비에라에 남겠다고 선언하고, 결국 두 사람은 갈등을 빚게 된다.

이들은 한 남자—순진한 듯 보이는 앱 개발 부자 ‘토머스’—를 놓고 누가 더 뛰어난 사기꾼인지 겨루기로 한다. 조셉린은 치밀하게 계산된 인격을 만들어 접근하고, 페니는 눈물의 드라마를 펼치며 ‘장애가 있는 여인’으로 감성에 호소한다.

“이건 단순한 대결이 아니야. 사기의 품격을 가르는 시험이지.”

하지만 계획은 엉망이 되어가고,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방식을 흉내 내고, 방해하고, 심지어 사기를 칠 때마저 팀을 이뤄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서로 속이려다, 자신들도 속아넘어가는 아이러니.

결국, 토머스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고, 그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님이 드러난다. 이 전투는 진짜 사기꾼들만이 알 수 있는 '협업'의 가치로 마무리되며, 조셉린과 페니는 뜻밖의 파트너가 된다.

리비에라의 태양 아래, 두 사람은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다음 타깃을 향해 미소 지으며 걷는다.

3. 감독의 메시지

『더 허슬』의 감독 크리스 애디슨은 이 영화를 단순한 리메이크 이상으로 재해석하고자 했다. 원작인 『더티 로튼 스캉들(1988)』이 남성 사기꾼들의 유쾌한 대결이었다면, 『더 허슬』은 그 성별을 전환해 여성 중심 코미디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한 작품이다.

감독은 사기를 소재로 한 이 영화가 단지 ‘웃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기존의 젠더 권력 구조를 전복하는 장치가 되길 바랐다.
조셉린과 페니는 각기 다른 계층과 배경을 가진 여성들이고, 그들이 펼치는 전략과 방식은 여성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에 대한 우화로도 읽힌다.

조셉린은 엘리트 교육과 품격을 무기로 삼는다. 그녀는 남성 지배적인 공간에서 그들의 언어와 태도를 복제함으로써, 도구적 품위로 상류층을 속인다. 반면, 페니는 자신의 외모, 언변, 그리고 일상의 감정을 무기로 사용한다. 거칠고 직접적이지만, 오히려 인간적인 매력이 사기의 핵심이 된다.

감독은 이 둘의 대비를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성은 서로 다르지만, 그 차이가 약점이 아닌 전략이 될 수 있다.”

또한 그는 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권력과 계급, 젠더와 위선의 문제를 가볍게, 그러나 날카롭게 꼬집는다. 고급 사기꾼과 거리의 사기꾼이 부딪히는 이 영화의 구도는, 실상 ‘누가 더 잘 속이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살아남느냐’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감독은 마지막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진짜 사기란, 돈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유쾌하게 빼앗는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더 허슬』은 통쾌해진다. 관객이 속는 것도, 웃는 것도, 결국 함께하는 즐거운 공모가 되기 때문이다.

4. 감상평

『더 허슬』은 앤 해서웨이와 레벨 윌슨의 톤이 완전히 다른 두 연기 스타일이 충돌하면서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코미디에서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대사 하나, 표정 하나가 유쾌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이어지며, 관객에게 시종일관 가벼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반전도 잊지 않고 등장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마무리 짓는다.

『더 허슬』은 무겁지 않게 웃고 싶은 날, 부담 없이 보기 좋은 영화다. 진지함보다는 익살, 깊이보다는 센스가 돋보인다.
그리고 사기의 본질을 유쾌하게 비틀며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
“사기에도 룰이 있다면, 그건 함께 속는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