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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인 더 풀(2025) : 물이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숨기고 있는 모든 것을

by 연이아빠의 LAB 2025. 5. 22.

보이 인 더 풀(2025) : 물이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숨기고 있는 모든 것을.

 

진실은 늘 바닥에 가라앉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떠오른다.

 

1. 출연진 및 등장인물

 

  • 루카스 헤지스 (벤) – 물속에서만 안정을 느끼는 소년. 과거의 상실과 비밀에 갇혀 있다.
  • 니콜 키드먼 (엘렌) – 벤의 어머니. 아들의 심리를 알지만 표현하지 못한다.
  • 앤서니 라모스 (제이든) – 수영강사. 벤의 고요한 고통을 처음으로 들여다보는 인물.

 

2. 줄거리

소년 벤은 조용한 교외에서 어머니 엘렌과 단둘이 살아간다. 말수가 적고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벤은 매일 밤 물에 잠기는 악몽을 꾼다. 꿈속에선 형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떠오르고, 물 아래로 사라진다. 깨어난 그는 땀에 젖어 있고, 항상 숨을 깊이 들이쉰다. 마치 현실에서조차 물속에 있는 듯한 표정이다.

벤은 학교에서도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학생이다.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의 방 한쪽엔 오래된 수영복과 형의 사진이 걸려 있다. 이따금 벤은 형의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말없이 서 있곤 한다.

어머니 엘렌은 아들의 불안을 감지하지만, 자신도 남편을 잃은 상실감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녀는 상담을 권유하지만 벤은 그럴수록 더 깊이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결국 엘렌은 벤을 근처 수영장에 등록시키고, 그곳에서 벤은 수영강사 제이든을 만난다. 제이든은 벤의 눈빛과 몸의 움직임을 통해 그가 단순한 트라우마 이상을 겪고 있음을 직감한다.

물속에서 훈련을 받는 동안, 벤은 점점 자신 안의 공포와 마주한다. 과거 형과 함께 있었던 날, 사고는 너무 갑작스러웠고, 형이 구조를 외쳤을 때 그는 단지 멈춰서 보고만 있었다.
“난… 무서웠어요. 몸이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봤어요.”

이 고백은 영화의 정점이다. 벤은 말함으로써, 처음으로 자신을 용서하려는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리고 영화는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한 소년의 죄책감이 물속에서 조금씩 떠오르는 과정을 따라간다.

3. 감독의 메시지

감독 라일리 제임스는 『보이 인 더 풀』을 통해 “말하지 못한 감정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격렬한 사건이나 감정의 폭발이 없는 대신, 한 소년의 고요한 고백을 통해 감정의 본질에 다가간다. 그 고백은 ‘물’이라는 공간을 통해 이루어진다.

1) 물, 무의식의 상징

영화에서 수영장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물은 벤이 기억을 억누르고 있는 장소이며, 동시에 치유가 시작되는 장소다.
감독은 물을 통해 관객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가장 오래 숨긴 감정은, 어디에 잠겨 있습니까?”

물은 무겁고 조용하다. 벤이 입을 다문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감정이 말보다 더 깊은 곳에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2) 죄책감, 말 없는 감옥

형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은 벤을 깊이 가라앉힌다. 그는 “자신이 형을 죽게 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믿음은 사실이 아니라, 행동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왜곡된 기억이다.
감독은 이 심리를 매우 조심스럽게 그려낸다. 타인에 의한 비극이 아닌, 자기 자신이 만든 감옥에서 벗어나는 여정.

이것이 바로 『보이 인 더 풀』이 다른 상실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용서는 타인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을 받아들이는 순간에 비로소 시작된다.

3) 침묵의 언어, 그리고 치유의 가능성

영화 속 대부분의 감정은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감독은 말 대신 수면 위에 이는 잔물결, 수중에서의 숨소리, 손끝의 떨림 같은 물리적 이미지로 내면을 전달한다.

그는 관객에게 언어가 도달하지 못하는 감정의 깊이를 보여주며 말한다.

“때론 고백보다 한숨이 더 많은 걸 말해준다.”

결국 벤이 제이든에게 고백하는 순간, 그 진실은 눈물이나 절규가 아니라 조용한 숨결 속에서 나온다. 그 장면은 폭풍처럼 감정적이지 않지만, 오히려 더 큰 울림을 남긴다.

4) 진실은 떠오른다

감독 라일리 제임스는 이 영화를 통해 이렇게 선언한다.
“진실은 언젠가 떠오른다. 우리는 그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갖기만 하면 된다.”

『보이 인 더 풀』은 바로 그 용기, 즉 자기 자신을 직면하는 용기에 관한 영화다. 감정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

4. 감상평

『보이 인 더 풀』은 말보다 공기와 물의 흐름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루카스 헤지스는 벤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니콜 키드먼은 복잡한 모성의 감정을 절제된 연기로 보여준다.

수영장이라는 공간은 시각적이면서도 감정적인 무대다. 깊고 맑은 동시에 숨막히는 공간.

이 영화는 침묵 속 고백, 고통 속 회복을 이야기한다.
『보이 인 더 풀』은 잔잔한 물결처럼, 시간이 흐른 뒤 마음속에서 다시 떠오른다.

“진실은 가라앉지 않는다. 준비가 되었을 때, 떠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