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베일즈(2023) : 베일이 벗겨질수록, 진실은 더 아프다.
우리는 끝내, 우리 자신을 연출할 수밖에 없다.
1. 출연진 및 등장인물
- 아만다 세이프리드 (진) – <살로메>를 연출하게 된 예민한 연극 연출가. 자신의 트라우마와 예술의 경계에서 혼란을 겪는다.
- 마크 오브라이언 (제임스) – 진의 오랜 동료이자 음악감독. 그녀의 감정을 가장 먼저 읽어내는 인물.
- 레베카 릴리안 (루시아) – 살로메 역을 맡은 신인 오페라 가수. 진의 감정을 자극하며 긴장을 더한다.
2. 줄거리
“이건 단순한 오페라가 아니에요. 이건 제 안의 이야기예요.”
진은 오랜 공백 끝에 무대에 복귀한다. 세계적인 오페라 <살로메>의 연출 제안. 누구에겐 꿈의 기회지만, 진에게는 봉인된 기억을 다시 여는 의식과 같다.
<살로메>는 아버지가 생전 마지막으로 연출한 작품이었고, 그 무대 위에서 진은 예술의 영광이 아닌 붕괴를 보았다.
그날 이후, 그녀의 인생은 무대에 갇혔다.
“살로메가 베일을 벗을 때마다, 나는 당신의 그림자를 마주해요.”
리허설이 시작되자 진은 배우들에게 감정의 진실을 요구한다. 살로메 역의 루시아는 자신의 해석을 밀어붙이고, 진과 격렬한 신경전을 벌인다.
“당신은 내가 연기하길 원하나요? 아니면, 진짜 나를 무대에 올리길 원하나요?” – 루시아
그 질문에 진은 말없이 무대만 바라본다.
왜냐하면, 그녀는 지금 연출자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살로메이기 때문이다.
공연이 다가올수록 그녀는 환영에 시달린다. 어두운 조명 아래, 과거의 무대, 아버지의 목소리가 겹쳐진다.
“베일을 벗어. 너는 아직 마지막 진실을 마주하지 않았어.” – 아버지의 환청
제임스는 조용히 진을 붙잡는다.
“진, 이건 네가 쓰러질 무대가 아니야. 이건 네가 살아남을 무대야.”
공연 당일, 살로메가 마지막 베일을 벗는 순간—진의 눈엔 눈물이 맺힌다.
관객은 배우를 바라보지만, 진짜 마지막 베일을 벗은 건 진 자신이었다.
그녀는 속삭인다.
“나는 결국, 나 자신을 무대 위에 올렸어.”
이것은 한 여성이 예술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고, 용서하는 가장 고통스럽고도 찬란한 장면이다.
3. 감독의 메시지
아톰 에고이안 감독은 『세븐 베일즈』를 통해 단지 예술계의 무대 뒷모습이나 오페라 <살로메>의 연출 과정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기억, 트라우마, 여성의 자기표현, 그리고 자아의 해체와 재구성이라는 주제를 입체적으로 탐구한다.
1) “무대는 진실을 숨기는 곳이 아니라, 진실을 마주하는 곳이다.”
<살로메>라는 오페라는 욕망과 파멸, 금기의 충돌을 다룬다. 감독은 이 서사를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진’의 내면으로 끌어들이며 그 무대를 정신분석적 투사 장치로 사용한다.
무대는 결국 진의 내면이며, 그녀가 연출하는 각 장면은 그녀가 감춰온 기억의 한 조각이다.
“무대에서 베일이 벗겨질 때, 관객은 배우를 보지만, 진짜 벗겨지는 건 연출자의 감정이다.”
2) “베일은 억압된 자아의 층위다.”
‘일곱 개의 베일’이라는 상징은 단순히 오페라 속 춤의 소품이 아니다. 그것은 진이 과거로부터 자신을 지켜온 감정적 방어막이며, 동시에 그녀가 대면하지 못했던 상실, 억압, 두려움의 층위다.
감독은 이 베일 하나하나를 벗겨내며, 심리적 해체의 과정을 예술의 언어로 시각화한다.
3) “창작은 해방이 아니라 고백이다.”
예술은 종종 자신을 잊기 위한 도피처로 여겨지지만, 에고이안은 말한다.
“진짜 예술은 자신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발가벗기는 것이다.”
진은 연출가로서 배우를 지휘하려 하지만, 결국 자기 자신이 무대 위에 오르게 된다. 그녀의 연출은 어느새 자신을 향한 고백으로 전환되고, 그 고백이야말로 가장 순도 높은 예술이 된다.
4) “여성의 욕망과 기억은 연출될 수 있는가?”
감독은 여성 예술가가 자신 안의 감정과 외부의 시선을 동시에 견뎌야 하는 이중적 구조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진은 루시아를 통제하려 하지만, 그녀를 통해 본능적 충동과 불안을 되비추게 된다. 이 관계는 여성 내면의 복잡한 층위를 보여주는 창이 된다.
4. 감상평
아만다 세이프리드는 억눌린 감정과 예술적 집착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며, 진이라는 인물의 복잡성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무대와 현실이 맞물리는 장면들의 조명, 음향, 편집은 그 자체로 심리의 확장판이다.
다소 난해한 순간도 있지만, 모든 장면은 진이라는 존재를 해부하는 단서다.
『세븐 베일즈』는 공연 준비를 넘어선, 기억을 예술로 번역하는 심리극이다.
마지막 베일을 벗는 그 순간, 당신은 무대 위에서 진짜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