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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아이스(2025):백두산 설경 속 세 주인공이 함께 걷는 장면

by 연이아빠의 LAB 2025. 5. 30.

브레이킹 아이스(2025):백두산 설경 속  세 주인공이 함께 걷는 장면

열심히 살아도 변한 게 없는 데 의미가 있겠어?

1. 출연진 및 등장인물

 

  • 나나(주동우): 연길에서 가이드 일을 하는 여성으로, 내면에 슬픔을 지닌 인물입니다.
  • 하오펑(류호연): 상하이에서 온 여행객으로, 우연한 계기로 나나와 샤오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 샤오(굴초소): 나나의 친구로, 조선족 식당에서 일하며 세 사람의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 줄거리

겨울, 북중 국경의 도시 옌지(延吉). 눈보라 속 얼어붙은 세상을 걷는 세 명의 청춘이 있습니다. 각자의 이유로 삶에 지쳐 있던 그들은, 우연처럼 혹은 필연처럼 서로를 만나게 됩니다.

첫 만남

하오펑은 상하이에서 온 관광객입니다. 회색 정장을 입은 그의 눈동자엔 피로가 가득하고, 마음은 공허하기만 합니다.
그는 눈 내리는 도시를 홀로 걷다 나나를 만납니다. 댄스팀을 이끄는 자유로운 성격의 여성. 활기가 넘치지만, 어딘가 피곤해 보입니다.

"왜 혼자예요?"
"같이 있어도 외로울 땐 혼자가 더 편해요."

샤오는 나나의 친구이자 식당에서 일하는 젊은 청년. 말수는 적지만 눈빛은 깊습니다. 셋은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며, 함께 도시를 떠돌고, 밤을 지새웁니다.

도망처럼 떠나는 여행

"우리 잠깐 도망갈래요? 어딘가로, 그냥 가보는 거예요."
나나의 제안으로 셋은 얼어붙은 호수, 황량한 설원, 버려진 기차역을 찾아 떠납니다. 이 여행은 목적이 아닌 해방을 위한 여정이죠.

하오펑: "열심히 살아도 변한 게 없는 데 의미가 있겠어?"
샤오: "아무 의미 없을 수도 있어. 그래도, 살고는 있잖아."

이들은 함께 웃고, 싸우고, 울기도 하며 조금씩 마음을 엽니다. 가장 차가운 계절, 이들은 서로의 온기가 됩니다.

돌아올 수 없는 겨울

하지만 겨울은 끝나고, 현실은 다시 그들을 부릅니다.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이 짧은 동행은 결국, 한 계절의 꿈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나나: "우린 기억에 남을까? 아니면 그냥 눈처럼 사라질까?"
하오펑: "남을 거야. 최소한 내 기억 속엔."

그들의 겨울은 그렇게 끝이 납니다. 하지만 어쩌면, 진짜 삶은 그 겨울에서 다시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3. 감독의 메시지

영화 《브레이킹 아이스》(The Breaking Ice)의 감독 **앤서니 첸(Anthony Chen)**은, 이 작품을 통해 내면의 고립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춘의 심리 여정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그는 현대 사회가 청년들에게 요구하는 과도한 경쟁과 억압, 그리고 정해진 레일 위의 삶 속에서 겪는 공허함을 직시합니다. 영화 속 세 명의 주인공은 각자의 방식으로 도피와 연대, 회복의 가능성을 실험하며, 얼어붙은 감정을 녹이는 과정에 돌입합니다.

앤서니 첸은 정적인 화면과 미니멀한 대사로 말보다 시선, 사건보다 분위기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관객에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동아시아 도시의 경제 성장 이면에 있는 정서적 단절과 고립을 섬세하게 포착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감정적으로 얼어붙은 세 인물이, 서로를 통해 서서히 녹아가는 겨울 이야기”라 표현하며, 정해진 의미보다는 감정의 공명을 느끼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4. 감상평

《브레이킹 아이스》는 겉보기엔 단순한 겨울 소도시 여행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삶과 청춘, 존재의 의미를 되짚는 조용한 울림이 있습니다. 감독 앤서니 첸은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길을 잃은 세 청춘의 내면을 정교하게 포착하며,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감정'**이라는 힘을 보여줍니다.

눈 덮인 도시의 적막한 배경은 마치 인물들의 내면을 투영하는 듯하고, 그들이 서로를 통해 조금씩 무너지고 치유되는 과정은 감정적으로 큰 울림을 줍니다. 특히 극 중 인물들이 감정을 격렬하게 표출하기보단,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미묘한 표정 변화로 마음을 전하는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장면 하나하나에 더욱 집중하게 만듭니다.

영화는 빠른 전개도, 뚜렷한 사건도 없지만, 바로 그 정적 속에서 청춘의 공허함과 그 안에 숨은 생명력을 포착합니다. 마치 얼어붙은 강 속에서 조용히 녹아내리는 물줄기처럼, 등장인물들도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며 온기를 만들어냅니다.

이 작품은 단지 '무기력한 청춘 이야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객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감정에 얼마나 솔직하게 살아가고 있나요?”

《브레이킹 아이스》는 감정의 속도를 조용히 낮춰주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마음 한구석에 오래 남아, 삶의 어느 순간 문득 떠오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