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나지(2007):어둠 속에 남겨진 아이들,그들을 부르는 한 여자의 목소리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진 게 아니야. 우리가 기억하는 한, 그들은 항상 곁에 있어.”
1. 출연진 및 등장인물
- 벨렌 루에다 – 로라: 어린 시절 고아였던 로라는 과거 자신이 자랐던 고아원을 다시 구입해 병든 아이들을 위한 보호소로 재개소하려 한다. 모성애가 강하고 진실을 추적하는 용기를 가진 인물.
- 페르난도 카요 – 카를로스: 로라의 남편이자 의사.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성향으로 로라의 직감과 충돌하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한 사랑은 동일하다.
- 로저 프린셉 – 시몬: 로라의 입양한 아들. HIV 감염 상태지만 생기 넘치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 그의 상상의 친구들이 영화의 중심 미스터리로 이어진다.
이 세 인물은 단순한 가족 그 이상이다. 사랑, 의심, 상실, 희생… 다양한 감정의 레이어를 통해 극의 밀도를 높인다.
2. 줄거리
어릴 적 고아였던 로라는 남편, 아들 시몬과 함께 자신이 자랐던 고아원으로 돌아온다. 목적은 명확하다. 그곳을 병든 아이들을 위한 쉼터로 다시 만들겠다는 것. 그러나 고요한 시작은 오래가지 않는다. 시몬은 로라에게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다고 말한다.
“그들은 여섯 명이야. 곧 엄마도 보게 될 거야.”
로라는 그저 아이의 상상이라 생각하지만, 시몬이 점점 낯선 그림자들과 노는 모습을 목격하며 불안감에 휩싸인다. 특히, 자루를 뒤집어쓴 한 아이, 토마스의 존재가 점점 선명해진다.
어느 날, 시몬은 사라진다. 고아원의 기이한 구조, 오래된 벽장, 봉인된 지하실… 로라는 절망 속에서 아들을 찾지만, 흔적은 오히려 과거의 유령을 향해 이끈다.
그리고 그날 밤, 시몬이 즐겨하던 숨바꼭질 놀이의 룰이 다시 들려온다.
“Uno, dos, tres... toca la pared!” (하나, 둘, 셋... 벽을 쳐!)
로라는 아이들과의 게임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30년 전 숨겨진 끔찍한 비밀을 마주한다. 고아원에서 일어났던 아이들의 죽음, 외면당한 진실, 그리고 그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 토마스의 어머니.
과거의 유령들이 현재를 침범하면서 로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을 선택한다. 아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지하실에서 로라는 다시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나는 돌아왔단다. 엄마가 다시 왔어. 이젠 너희를 떠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아이들은 마침내 로라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진실은 밝혀지고, 슬픔은 구원으로 향한다.
3. 감독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한 내용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오퍼나지』를 통해 단순한 공포가 아닌 정서적 공허함, 후회, 기억, 그리고 모성애를 스크린 위에 정교하게 풀어낸다. 그는 말한다. “유령은 단지 죽은 사람이 아니다. 잊히지 않은 감정이며, 남겨진 이들의 슬픔이다.”
이 영화에서 유령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이해받지 못한 과거이며 용서를 기다리는 아이들이다. 감독은 그 아이들의 외침을 들을 수 있는 사람 즉 ‘사랑하는 사람’만이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4. 감상평
『오퍼나지』는 전형적인 유령 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섬세한 감정 묘사와 뛰어난 서사 구조로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특히 후반부의 반전과 감정 폭발은 공포를 잊게 할 만큼 감동적이다. 벨렌 루에다는 로라라는 인물의 감정선을 극한까지 끌고 간다. 아이를 향한 사랑, 죄책감, 집착, 희생… 그녀의 연기는 ‘모성애’ 그 자체이며, 관객에게 진한 울림을 남긴다.
마지막 장면에서, 로라는 아이들과 함께 잠든다. 마치 동화책의 마지막 장을 덮듯, 그 장면은 공포가 아닌 따뜻한 안녕으로 기억된다.
오퍼나지』는 어쩌면 유령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잊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 외면당한 진실, 그 모든 것을 껴안고 진실에 다가선 로라의 선택은 한편의 슬픈 동화이자 위대한 구원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무섭고 어두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따뜻한 감정, 그리고 용기가 숨어 있다.
『오퍼나지』는 잊히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이며 기억하고 싶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